트라야누스의 포룸에서는 공공시설을 전문화한 뒤 기념비적 처리를 더했다. 시설을 신전, 바실리카, 도서관만으로 한정해서 문화적 집중도를 높였다. 바실리카는 시민들의 상거래와 소규모 집회 등을 위한 종합시민센터로 로마 건축에서 공공성을 대표하는 시설이기 때문에 들어가는 것이 당연했다 이것이 지나치게 실용성에 머무는 것을 경계해서 신전과 도서관을 넣어 문화적 품격을 높였다. 도서관이 들어간 점이 특히 중요했다. 그리스 도서관과 로마 도서관의 두 동으로 이루어지는데, 전쟁과 검투사 시합 같은 폭력으로 점철된 로마 사회에 지적 공공성을 부여하는 중요한 기능을 했다.
하드리아누스의 건축
 하드리아누스의 건축은 크게 보면 공공사와 개인사 사이에 적절한 균형을 보여준다. 제국 내 여러 곳에 도서관, 목욕탕, 포룸 등을 짓고 속주개발에서도 일정한 업적을 남기는 등 트라야누스가 했던 공공사를 이어받았다. 하드리아누스가 역량을 기울인 것은 사적 건축으로 판테온과 하드리아누스의 빌라를 대표적 예로 들 수 있다.
판테온은 그리스 고전주의를 무척 사랑했던 예술가 하드리아누스의 기호와 안목을 잘 보여준다. 1층은 신상을 놓는 벽감이 들어가는데 그리스에서 직접 가져온 정교한 코린트식 오더가 주요 골격을 이룬다. 2층은 장식 패널로 마감했으며 3층은 로마의 최고 발명품인 돔 천장으로 덮었다. 접지하는 1층은 땅을, 천장을 덮는 둥근 돔 천장은 하늘을 각각 상징한다. 이 각각에 그리스 고전주의와 로마의 최고 발명품을 사용한 것은 상징성이 크다. 그리스 고전주의를 땅의 발판으로 삼아 하늘로 뻗어나가는 로마 문명을 받친다는 의미이다. 아무리 그리스 고전주의를 사랑했고 이것을 사적으로 사용했지만 그는 로마황제였고 로마 문명을 찬란하게 상징화하는 방식을 통해 이에 합당한 공적 책무를 다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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